그 해 여름의 선물
캄보디아 해외봉사기
무슨 생각으로 신청했던걸까.
그 해 여름, 나는 무작정 학교에서 하는 캄보디아 해외봉사를 신청했다.
해외봉사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고, 화면으로만 보던 맑은 눈의 아이들을 카메라로 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결국은 모두 내 욕심에 신청한 활동이었다. 거창한 이상도, 큰 희생정신에 의한 도전도 아니었다. 나라는 사람이 원래 헌신적이고 착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녀오니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왜 그 아이들을 찍은 사진들이 하나 같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지.

가기 전날 카메라와 렌즈를 챙기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어떤 시선으로 아이들을 담아야 할지, 어떻게 다가가고 어떤 생각을 하며 셔터를 눌러야 할지. 자칫 내가 연민의 시선을 담아 아이들의 불행을 강조하려 하지는 않을지, 어떻게 해야 그들의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 이런저런 고민들을 했지만 결국 모두 다 쓸데없는 생각들이었다.
아이들은 전혀 불행하지 않았고, 나는 셔터를 누르며 단 한순간도 연민의 감정을 섞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사진으로 다른 이들에게 울림을 주려 노력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이미 빛나고 있었다.

타인을 대할 때 보통 우리는 개개인마다 다른 가면을 설정해놓고 타인을 대하게 마련이다. 사진이라는 것을 취미로, 또 업으로 삼기로 결정하며 받은 가장 큰 축복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바로 이 지점에서 나왔다. 카메라를 든 순간 상대방은 나를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카메라라는 물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겨난다.ㅡ나는 이것을 카메라의 타자화라고 부르고 싶다ㅡ이때 묘하게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그 전까진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다른 모습들을 마주할 때가 더러 있다. 무방비 상태로 내 앞에 놓인 상대방의 진짜 본 모습이라고 할까.

그래서 내가 사진을 찍으며 설정하는 제 1원칙은 상대방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그렇다보니 나는 포즈를 취하고 V사인을 하며 찍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이런 혼자만의 개념은 이번 해외봉사를 통해 머리에 전구가 켜지듯 명료하게 자리잡혔다.
아이들을 찍으며, 또 같이 봉사한 친구들을 찍으며 나는 지금까지 어떤 장소 어떤 사람들에게서도 이렇게 빛나고 순수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일주일 남짓의 짧은 기간동안 그들이 내게 보여준 마법이었고,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매그넘 소속의 사진작가 마크리부는 "사진을 찍는 것은 매 순간 인생을 강렬하게 음미하는 것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 어느 순간보다도 인생을 강렬하게 음미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렇게 또 인생에서 잊지 못할 마법같은 순간이 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사람들이 해외봉사를 다녀와 오히려 자기가 더 많은 것을 받고 간다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선 자연스레 누구나 맘에 갖고 있던 고민이나 생각들이 자연스레 정리되는 듯 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머릿속에 전구가 반짝 하고 켜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같이 갔던 단원이 그런 말을 나중에 했다. 그 곳에선 행복하기가 힘들지 않았다고. 작은 일 하나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었다고.
맞다. 그 곳에선, 행복하기가 힘들지 않았다.
아니, 식상하지만 그 곳은 행복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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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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