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

No name

비 내린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택시와 붉은 신호등

실어증

네 시 이십 사 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잠자리에 들려고 했으나 잠은 오지 않았고
나는 애꿎은 고개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일곱 시 사십 삼 분
밝아지는 창문으로 하얀 눈이 내렸다
첫눈이었다

누구에게라도 이 소식을 전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내게 첫눈이 온다는 말을 건넬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문득 외로워져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켰다
이야기가 없는 스토리에는 첫눈이 온다는 사람들의 소식들이 올라와 있었다

전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부터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러 가는 사람들까지

여덟 시 삼십 분
첫눈이 온다는 나의 축하 인사는 발신인은 있으나
수취인은 불명이었고
나는 더 외로워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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