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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정욱의 기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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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4:23:09+09:00</updated>
    <author>
        <name>정욱</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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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치콘솔 AI 노출이 늘었는데 방문은 그대로라면: 보고서 읽는 순서</title>
        <author>
            <name>정욱</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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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4:23:09+09:00</updated>
            <summary type="html">
                <![CDATA[
                    <p>서치콘솔의 AI 노출은 늘었는데 방문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노출수와 검색 클릭, 실제 방문을 페이지별로 비교해보세요. 보고서에 없는 수치는 어디에서 확인할지도 짚었습니다.</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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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type="html">
            <![CDATA[
                
<p>서치콘솔에서 AI 노출수는 늘었는데 사이트 방문은 그대로라면, 먼저 두 숫자가 무엇을 세는지 봐야 한다. 생성형 AI 실적 보고서의 노출수는 AI 개요와 AI 모드에서 사이트 링크가 사용자에게 표시된 횟수다. 링크가 보였다고 모두 클릭하는 건 아니니, 노출이 늘었는지와 방문이 늘었는지는 따로 살펴봐야 한다.</p>

<h2>AI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h2>

<p>2026년 10월 2일 확인한 <a href="https://support.google.com/webmasters/answer/16984139?hl=ko">Google 공식 도움말</a>은 노출수와 페이지·국가·날짜·기기별 데이터를 안내한다. 별도의 AI 클릭수나 CTR, 전환수는 이 도움말에서 안내하지 않는다. 검색어별 AI 노출을 볼 수 있다는 설명도 없으므로, 해당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작업을 시작하기는 어렵다.</p>

<p>어느 URL이 표시됐는지는 페이지 탭에서 볼 수 있다. 데이터는 대부분 표준 URL에 모이기 때문에, 같은 콘텐츠에 주소가 여러 개라면 보고서에 나온 주소가 브라우저에서 열어본 주소와 다를 수 있다. 날짜는 태평양 시간(PT)을 따른다. 다른 분석 도구와 하루씩 비교할 때 수치가 어긋난다면 시간대도 확인해보자.</p>

<h3>페이지별 노출수를 더해도 차트 총계와 다른 이유</h3>

<p>같은 사이트의 링크 두 개가 하나의 생성형 AI 검색 결과에 표시됐다고 해보자. 공식 도움말에 따르면 차트에서는 사이트 노출 한 번으로 셀 수 있지만, 페이지 표에서는 각 페이지의 노출로 집계한다. 따라서 표의 값을 더해도 차트 총계와 다를 수 있다. URL 필터를 걸었을 때도 집계 방식이 달라지므로, 수치를 비교할 때는 필터 상태를 함께 적어두면 된다.</p>

<h2>노출·클릭·방문을 나누어 확인하는 순서</h2>

<ol><li>AI 보고서에서 비교할 기간을 정한다. 차트의 최신 점선 구간이 아직 바뀔 수 있는 예비 데이터인지 확인한다.</li><li>페이지 표에서 노출이 늘어난 URL을 고르고, 이전 기간과 현재 기간의 노출수·필터 상태를 적는다.</li><li>일반 검색 실적 보고서에서 같은 기간, 같은 페이지의 클릭수를 본다. 이 숫자만으로는 AI 검색에서 발생한 클릭을 구분할 수 없다.</li><li>GA4를 사용 중이라면 해당 페이지의 방문과 방문 후 행동도 확인한다. 비교할 날짜·시간대와 각 지표가 세는 대상을 맞추되, 노출·클릭·세션을 같은 숫자로 취급하지 않는다.</li></ol>

<p>‘AI 노출 / 전체 웹 검색 클릭 / 사이트 방문 / 방문 후 행동’을 나란히 적으면, 노출만 늘었는지 방문 이후에도 변화가 있는지 보기 쉽다. 다만 숫자가 함께 늘었다고 해서 AI 노출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에서 온 방문을 따로 구분하지 못했다면 그 점도 보고서에 적어두자.</p>

<p>Google의 <a href="https://developers.google.com/search/blog/2026/06/gen-ai-performance-reports">출시 발표</a>는 생성형 AI 데이터가 전체 실적 보고서에도 포함된다고 설명한다(확인일: 2026-10-02). 두 보고서의 노출수를 더해 ‘총 검색 노출’로 쓰면 중복 집계를 할 수 있다. 전용 보고서에서는 전체 검색 데이터 중 AI 기능에서 발생한 노출을 따로 살펴보면 된다.</p>

<h2>노출이 늘었을 때 보고서에는 어떻게 적을까</h2>

<p>가령 AI 노출은 늘고 일반 검색 클릭은 비슷하다고 해보자. 설명을 위한 가상 예시다. 이때는 ‘AI 검색에서 방문이 증가했다’고 쓰기보다 ‘AI 기능에서 링크가 표시된 횟수는 늘었다. 전체 검색 클릭의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는 편이 정확하다. 클릭이나 방문이 늘었다는 근거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p>

<p>사용자가 AI 답변 안에서 질문을 해결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 수치만으로 실제 이유까지 알아낼 수는 없다. 인용 횟수가 늘었다는 이유로 검색 순위나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약속할 수도 없다.</p>

<h2>보고서가 보이지 않으면 AI 노출이 없는 걸까</h2>

<p>메뉴가 없다고 AI 노출이 0인 것은 아니다. 2026년 10월 2일 확인한 도움말 상단에는 2026년 8월 31일부터 전 세계 적용이라고 적혀 있지만, 보고서가 보이지 않는 이유에는 점진적 출시 문구가 남아 있다. 충분한 노출이 없거나 생성형 AI 기능에서 사이트를 제외한 경우도 안내한다(위 공식 도움말, 확인일: 2026-10-02).</p>

<p>우선 맞는 사이트 속성을 열었는지 보고, 도움말에 나온 미표시 사유와 사이트 포함 설정을 확인하자. 보고서가 열리면 노출이 늘어난 페이지 하나부터 같은 기간의 검색 클릭·방문과 비교해보면 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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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try>
        <title>뉴스레터 하단 수신거부 링크만으로 Gmail 원클릭 요건을 충족할까</title>
        <author>
            <name>정욱</name>
        </author>
        <link href="https://blog.jw-yoon.com/gmail-one-click-unsubscrib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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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4:23:06+09:00</updated>
            <summary type="html">
                <![CDATA[
                    <p>뉴스레터 본문의 수신거부 링크와 Gmail 원클릭 수신거부는 어떻게 다를까요? 메일 헤더 두 줄과 취소 요청 이후 발송 목록에서 확인할 내용을 살펴봅니다.</p>
                ]]>
            </summary>
        <content type="html">
            <![CDATA[
                
<p>뉴스레터 맨 아래에 수신거부 링크를 넣었는데, Gmail 원클릭 수신거부도 따로 준비해야 할까? 대량 발신자의 마케팅·구독 메일이라면 그렇다. Gmail이 요구하는 원클릭 기능은 본문 링크와 별도로 메일 헤더에 구현한다. 발송 서비스가 ‘수신거부 지원’이라고만 설명한다면, 본문 링크뿐 아니라 원클릭 기능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p>

<h2>원클릭 수신거부가 필요한 발신자</h2>

<p><a href="https://support.google.com/mail/answer/81126?hl=ko">Google 이메일 발신자 가이드라인</a>은 개인 Gmail 계정, 즉 <code>@gmail.com</code> 또는 <code>@googlemail.com</code>으로 보내는 메일을 대상으로 한다. 2024년부터 시행된 안내이며 2026년에 새로 생긴 정책은 아니다(확인일: 2026-10-02).</p>

<p>대량 발신자의 마케팅·구독 메일에는 원클릭 수신거부와 명확하게 보이는 본문 수신거부 링크가 요구된다. <a href="https://support.google.com/mail/answer/14229414?hl=ko">공식 FAQ</a>는 24시간 내 개인 Gmail 계정으로 약 5,000개에 이르거나 그 이상 보낸 발신자를 대량 발신자로 설명한다. 5,000개에 조금 못 미친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말자. 동일한 기본 도메인의 메일을 함께 세므로, 하위 도메인을 나누었다고 각각 별도 한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규모에 한 번 이상 도달한 발신자는 이후 발송량을 줄여도 대량 발신자로 분류된다고 안내한다(확인일: 2026-10-02).</p>

<p>비밀번호 재설정이나 예약 확인 같은 거래 메일은 원클릭 요구사항의 예외다. 그렇다고 거래 메일에 프로모션을 섞어 보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Google은 메일 유형에 따라 발신 주소를 나누고, 서로 다른 유형의 콘텐츠를 섞지 않도록 안내한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Gmail 전달 요건이며, 국내 광고성 정보 관련 법률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p>

<h2>본문 링크와 메일 헤더는 어떻게 다른가</h2>

<p>본문의 수신거부 링크는 받는 사람이 직접 누른다. 링크를 열어 환경설정 페이지에서 구독 목록을 선택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RFC 8058 원클릭은 메일 서비스가 지정된 HTTPS 주소로 POST 요청을 보내 구독을 취소하는 방식이다. 중간에 로그인하거나 추가로 조작해야 하는 페이지를 여는 것으로는 이 기능을 대신할 수 없다.</p>

<p>Google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헤더는 다음 두 가지다.</p>

<ul><li><code>List-Unsubscribe</code>: 수신거부 요청을 받을 HTTPS URL 포함</li><li><code>List-Unsubscribe-Post</code>: 값이 <code>List-Unsubscribe=One-Click</code></li></ul>

<p><code>mailto</code> 주소만 넣거나 본문에 링크만 추가해서는 원클릭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위 두 헤더를 넣은 다음에는 수신거부 URL이 POST 요청을 받아, 해당 수신자를 올바른 메일링 리스트에서 제외하도록 연결해야 한다(위 가이드라인·FAQ, 확인일: 2026-10-02).</p>

<h2>발송 서비스를 점검하는 순서</h2>

<h3>받은 메일 원본부터 확인하기</h3>

<p>개인 Gmail 계정으로 적법하게 보낸 점검용 메일을 열고, 메뉴에서 ‘원본 보기’를 누른다. 앞서 나온 두 헤더가 있는지 확인하면 서비스의 지원 설명이 실제 메일에도 적용됐는지 알 수 있다. 헤더가 없거나 HTTPS URL이 아닌 다른 방식만 보인다면, 해당 서비스의 RFC 8058 지원 문서를 찾아보거나 고객지원에 문의하자.</p>

<p>그다음 점검용 주소로 구독 취소를 요청하고, 발송 목록에서 빠졌는지와 예약 발송에서도 제외됐는지를 확인한다. 수신거부 URL에는 수신자를 식별하는 값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메일 원본이나 화면을 공유할 때는 이 값을 가려야 한다.</p>

<h3>취소 요청 이후까지 확인하기</h3>

<p><a href="https://support.google.com/mail/answer/15263077?hl=ko">Google 구독 가이드라인</a>은 48시간 이내 요청 처리·수락과 구독/비구독 메일의 발신 주소 분리를 안내한다(확인일: 2026-10-02). 서비스가 명단을 갱신해도 이미 예약된 발송이나 다른 연동 목록에 주소가 남을 수 있으니 처리 경로를 함께 살펴보자.</p>

<p>메일 인증은 따로 점검해야 한다. 모든 발신자는 최소 SPF 또는 DKIM이 필요하고, 대량 발신자는 SPF·DKIM·DMARC가 요구된다. 인증을 통과하더라도 받은편지함 도착이나 수신거부 버튼 표시가 보장되지는 않는다.</p>

<h2>헤더가 있는데 상단 버튼이 안 보이면 실패일까</h2>

<p>상단 버튼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구현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Google FAQ에 따르면 자동 자격 확인을 통과한 메일에만 이 버튼이나 링크를 표시하므로, 헤더가 올바른 메일에도 버튼이 안 보일 수 있다. 버튼이 보이는지와 별개로, 본문 링크와 원클릭 헤더는 모두 갖춰야 한다.</p>

<p>마지막으로 볼 것은 취소한 주소에 다음 메일이 가는지다. 본문 링크와 헤더가 갖춰져 있어도 발송 목록에 주소가 남아 있다면 구독 취소가 끝난 게 아니다. POST 요청 처리와 목록 제외를 확인한 기록도 함께 남겨두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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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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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노션 무료 오프라인 모드: 출발 전에 페이지와 기기별로 준비할 것</title>
        <author>
            <name>정욱</name>
        </author>
        <link href="https://blog.jw-yoon.com/notion-free-offli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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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4:23:03+09:00</updated>
            <summary type="html">
                <![CDATA[
                    <p>노션 무료 요금제로도 오프라인 페이지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각각 내려받을 문서, 하위 페이지와 데이터베이스의 다운로드 범위를 확인해보세요.</p>
                ]]>
            </summary>
        <content type="html">
            <![CDATA[
                
<p>인터넷 없이 노션 문서를 열어야 한다면 출발 전에 챙길 것이 있다. 무료 요금제에서도 페이지를 보고 편집할 수 있지만, 필요한 문서는 연결이 될 때 미리 내려받아야 한다. 휴대전화에 받아뒀으니 노트북에도 있겠지, 하고 넘어가면 곤란하다. 오프라인 문서는 쓸 기기마다 따로 준비해야 한다.</p>

<h2>무료와 유료의 차이는 자동 다운로드</h2>

<p><a href="https://www.notion.com/help/use-pages-offline">Notion 공식 도움말</a>은 모든 요금제의 워크스페이스 멤버가 오프라인 기능을 쓸 수 있다고 안내한다. 영문 도움말에 따르면 데스크톱 또는 모바일 앱이 필요하고, 웹 브라우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확인일: 2026-10-02).</p>

<p>무료 요금제에서는 쓸 페이지를 직접 내려받으면 된다. 플러스·비즈니스·엔터프라이즈에는 최근 방문한 페이지와 즐겨찾는 페이지를 자동으로 내려받는 기능도 있다. 그래도 필요한 문서가 모두 준비됐는지는 <code>설정 → 오프라인</code>에서 한 번 확인해두자.</p>

<p>문서 몇 개만 필요하다면 무료 요금제의 수동 다운로드로 먼저 준비해볼 수 있다. 자동 다운로드 때문에 요금제를 바꾸려 한다면, 같은 문서를 반복해서 내려받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자.</p>

<h2>실제로 쓸 기기에서 내려받기</h2>

<p>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노션 앱을 열고 다음 순서로 준비한다.</p>

<ol><li>사용할 페이지를 연다.</li><li>페이지 상단의 <code>•••</code>를 누른다.</li><li><code>오프라인에서 사용 가능</code> 토글을 켠다.</li><li>다운로드 진행률 표시줄이 끝까지 찰 때까지 기다린다.</li><li><code>설정 → 오프라인</code>에서 준비한 페이지를 확인한다.</li></ol>

<p>메뉴 경로는 2026년 10월 2일의 공식 도움말을 따랐다. 앱에서 메뉴가 다르게 보이면 현재 도움말을 확인하자.</p>

<p>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모두 가져간다면 양쪽 앱에서 각각 내려받아야 한다. 온라인에서 같은 페이지를 볼 수 있어도, 휴대전화에 받은 페이지가 노트북에도 자동으로 저장되지는 않는다.</p>

<h2>하위 페이지도 하나씩 내려받아야 한다</h2>

<p>여행 계획이나 회의 자료를 여러 하위 페이지에 나눠두었다면, 상위 페이지만 내려받아서는 부족하다. 공식 도움말에 따르면 하위 페이지는 자동으로 다운로드되지 않는다. 일정이나 예약 메모, 첨부 설명처럼 이동 중 꼭 열어야 할 페이지는 각각 내려받아두자.</p>

<h3>데이터베이스는 첫 번째 보기의 첫 50행</h3>

<p>데이터베이스 또는 이를 포함한 페이지를 다운로드하면 첫 번째 보기의 첫 50행도 오프라인용으로 내려받는다.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쓸 보기가 첫 번째에 있는지 확인하고, 50행 이후에도 필요한 행이 있다면 추가로 내려받는다(같은 공식 도움말, 확인일: 2026-10-02).</p>

<p>자료가 많다면 이번에 쓸 항목을 먼저 적어두고, 다운로드한 목록과 대조해보자. 빠뜨린 페이지나 행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p>

<h2>인터넷을 끄고 직접 열어보기</h2>

<p>다운로드가 끝나면 비행기 모드 등으로 인터넷을 끈 뒤, 필요한 페이지를 직접 열어보자. 휴대전화는 와이파이만 꺼도 이동통신 데이터로 연결될 수 있으니 이 점을 확인해야 한다. 상위 페이지와 하위 페이지, 필요한 데이터베이스 행을 열면서 인터넷 없이도 쓸 수 있는지 살펴본다.</p>

<p>Notion은 내려받은 페이지의 기본 블록을 편집하거나 새 페이지를 만드는 기능을 안내한다. 다른 앱 임베드, AI 블록, 폼, 버튼 같은 고급 블록에는 인터넷이 필요하고, 페이지 공유나 권한 변경도 오프라인에서는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문서 안에 외부 지도를 넣었다면, 페이지를 내려받아도 지도까지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p>

<h2>다시 연결하면 수정 내용은 어떻게 될까</h2>

<p>인터넷에 다시 연결하면 수정한 내용이 동기화된다. 여러 사람이나 기기가 같은 문서를 오프라인에서 고쳤다면, 어떤 내용이 남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식 도움말에 따르면 텍스트 편집 충돌은 자동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비텍스트 편집에는 위험이 남는다. 두 사람이 데이터베이스 선택 속성을 바꿀 경우 한쪽 변경만 저장될 수 있다는 예도 나온다.</p>

<p>출발 전에는 인터넷 없이 문서가 열리는지, 이동 중 수정했다면 다시 연결한 뒤 그 내용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두면 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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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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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팀 가족 공유, 같은 게임을 동시에 하려면 복사본이 몇 개 필요할까</title>
        <author>
            <name>정욱</name>
        </author>
        <link href="https://blog.jw-yoon.com/steam-family-simultaneous-pla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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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4:23:00+09:00</updated>
            <summary type="html">
                <![CDATA[
                    <p>같은 게임을 두 명이 동시에 하려면 스팀 가족 라이브러리에 복사본도 두 개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게임을 실행할 때의 차이와 공유에서 제외되는 게임을 함께 살펴봅니다.</p>
                ]]>
            </summary>
        <content type="html">
            <![CDATA[
                
<p>가족 라이브러리에 같은 게임이 보이는데 둘이 동시에 실행하려니 막힌다면, 그 게임의 복사본이 몇 개인지 확인해보자. 두 명이 같은 게임을 하려면 공유 가능한 복사본도 두 개가 필요하다. 각자 다른 게임을 하는 경우에는 소유자가 플레이 중이어도 공유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p>

<h2>현재 Steam Families에서 가능한 동시 플레이</h2>

<p>Valve의 <a href="https://store.steampowered.com/news/posts?enddate=1726088800&amp;feed=steam_community_announcements">2024년 9월 11일 정식 발표</a>는 Steam Families가 기존 가족 도서관 공유와 가족 보기를 대체한다고 설명한다. 아래 내용은 이 발표와 공식 안내를 바탕으로 정리했다(확인일: 2026-10-02).</p>

<p>가족에 가입하면 구성원이 가진 공유 가능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소유자가 다른 게임을 플레이 중이어도 가족은 공유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같은 게임을 여러 명이 동시에 실행하려면 가족 라이브러리에 그 게임의 복사본이 여러 개 있어야 한다.</p>

<figure class="wp-block-table"><table><thead><tr><th>하려는 일</th><th>공유 가능한 보유 게임</th><th>동시 플레이 조건</th></tr></thead><tbody><tr><td>한 명은 Portal 2, 다른 한 명은 Half-Life 실행</td><td>각 게임 한 복사본씩</td><td>각각 사용 가능한 복사본으로 실행</td></tr><tr><td>두 명이 Portal 2 실행</td><td>Portal 2 한 복사본</td><td>한 번에 한 명만 실행</td></tr><tr><td>두 명이 Portal 2 실행</td><td>Portal 2 두 복사본</td><td>두 명 동시 실행 가능</td></tr></tbody></table></figure>

<p>Portal 2와 Half-Life는 공식 발표에 나온 예다. 가족 네 명 모두의 목록에 같은 게임이 떠도 복사본이 네 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두 개를 가지고 있다면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사람도 두 명이다.</p>

<h2>예전 가족 공유 안내와 헷갈리기 쉬운 점</h2>

<p>라이브러리 전체가 사용 중이라 다른 게임도 실행할 수 없다는 안내를 봤다면, 예전 가족 도서관 공유에 관한 글인지 확인해보자. 게시 날짜뿐 아니라 글에서 설명하는 기능 이름도 봐야 한다.</p>

<p>Steam Families는 개별 게임의 복사본을 함께 쓰는 방식이다. 소유자가 접속했는지보다, 지금 하려는 게임의 복사본을 누가 쓰고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p>

<h2>동시 실행 전에 확인할 세 가지</h2>

<h3>1. 해당 게임이 공유 대상인가</h3>

<p>모든 Steam 게임이 가족 공유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개발자가 기술적 이유나 다른 이유로 공유에서 제외할 수 있고, 추가 타사 키·계정·구독이 필요한 게임에도 제약이 있다. 같은 런처나 배급사의 게임이라도 해당 타이틀의 현재 상점 정보와 가족 라이브러리에서 확인해야 한다.</p>

<p>공유를 지원하는 게임은 <a href="https://store.steampowered.com/search/?category1=998&amp;category2=62&amp;supportedlang=english&amp;ndl=1">Steam 상점의 가족 공유 검색 필터</a>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확인일: 2026-10-02). 구매를 검토한다면 검색 설명만 읽지 말고 개별 게임 페이지까지 연다.</p>

<h3>2. 같은 게임의 공유 가능한 복사본이 몇 개인가</h3>

<p>가족 중 누가 게임을 가지고 있는지, 그중 공유 가능한 복사본이 몇 개인지 함께 세어보자. 한 사람이 산 게임이 가족 모두의 목록에 보여도 복사본은 하나다. 실행이 막혔다면 다른 구성원이 그 복사본을 사용 중일 수 있다.</p>

<h3>3. 원하는 것이 동시 실행인가, 함께하는 멀티플레이인가</h3>

<p>게임을 두 명이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고 해서 둘이 함께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협동인지 로컬 협동인지, 몇 명까지 플레이할 수 있는지는 게임 자체의 지원 정보를 봐야 한다. 가족 공유가 게임에 없는 협동 기능을 추가해주지는 않는다.</p>

<h2>친구끼리 모여도 되는 기능일까</h2>

<p>공식 발표에서 설명하는 이용 대상은 최대 여섯 명의 가까운 동거 가족이다. 멀리 사는 친구나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모아 공유하는 용도로 안내된 기능은 아니다. 가입·재가입 조건과 대기기간, 인증 절차는 가입 시점의 <a href="https://help.steampowered.com/en/faqs/view/054C-3167-DD7F-49D4">Steam 고객지원 FAQ</a>를 확인하자.</p>

<h2>저장 파일과 제재는 어떻게 되나</h2>

<p>공식 정식 발표는 각자의 저장 파일과 업적을 유지한다고 안내한다. 같은 게임을 공유한다고 플레이 기록까지 하나로 합치는 것은 아니다.</p>

<p>가족이 내 복사본으로 플레이하다 부정행위로 차단되면, 게임 소유자도 해당 게임에서 차단된다고 공식 발표는 설명한다.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안내하며, 여기서 말하는 제재는 해당 게임에 관한 것이다. Steam 계정 전체가 무조건 정지된다는 뜻은 아니다(위 정식 발표, 확인일: 2026-10-02).</p>

<p>함께 할 게임을 골랐다면 먼저 공유를 지원하는지, 필요한 인원만큼 복사본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p>

            ]]>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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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try>
        <title>2026 가을 서울야외도서관: 10월 운영 시간과 비 오는 날 확인하는 법</title>
        <author>
            <name>정욱</name>
        </author>
        <link href="https://blog.jw-yoon.com/seoul-outdoor-library-autumn.html"/>
        <id>https://blog.jw-yoon.com/seoul-outdoor-library-autumn.html</id>

        <updated>2026-10-04T14:22:56+09:00</updated>
            <summary type="html">
                <![CDATA[
                    <p>2026년 가을 서울야외도서관은 10월에 주간 운영으로 바뀝니다. 서울광장·광화문·청계천 중 갈 장소를 고르고, 출발 전 운영 시간과 우천 공지를 확인해보세요.</p>
                ]]>
            </summary>
        <content type="html">
            <![CDATA[
                
<p>저녁에 광장에서 책을 읽을 계획이라면 10월에는 운영 시간부터 확인해야 한다. 2026년 가을 서울야외도서관은 9월 4일부터 11월 1일까지로 안내돼 있지만, 10월 중 야간에서 주간 운영으로 바뀐다. 예전의 ‘밤 10시까지’라는 안내만 보고 출발하면 이미 끝났을 수 있다.</p>

<h2>가을 운영 기간과 시간</h2>

<p>2026년 10월 2일 확인한 <a href="https://festival.seoul.go.kr/festival/main/festivalView.do?festacode=394">서울시 축제 포털</a>의 하반기 안내는 다음과 같다.</p>

<figure class="wp-block-table"><table><thead><tr><th>항목</th><th>공식 안내</th></tr></thead><tbody><tr><td>하반기 기간</td><td>2026년 9월 4일~11월 1일</td></tr><tr><td>운영 요일</td><td>매주 금·토·일</td></tr><tr><td>주간 운영</td><td>11:00~18:00</td></tr><tr><td>야간 운영</td><td>16:00~22:00</td></tr><tr><td>시간 변경</td><td>10월 중 주간 운영 전환</td></tr><tr><td>요금</td><td>무료</td></tr></tbody></table></figure>

<p>주간과 야간 중 방문 날짜에 해당하는 운영 시간을 보면 된다. 11시부터 22시까지 계속 여는 것은 아니다. 위 안내만으로는 주간 전환 날짜나 장소별 당일 시간을 모두 알 수 없고, 광장 사용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주석도 있다. 방문할 날의 일정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p>

<h2>세 장소 중 어디로 갈까</h2>

<p>서울야외도서관은 아래 세 장소에서 열리는 행사를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다른 자치구의 야외도서관은 일정이 다를 수 있다.</p>

<figure class="wp-block-table"><table><thead><tr><th>행사 이름</th><th>하반기 안내의 장소</th><th>확인할 내용</th></tr></thead><tbody><tr><td>책읽는 서울광장</td><td>서울광장</td><td>해당 날짜의 광장 사용과 도서관 운영</td></tr><tr><td>광화문 책마당</td><td>광화문광장 육조마당</td><td>야외마당 시간, 실내 라운지와의 구분</td></tr><tr><td>책읽는 맑은냇가</td><td>청계천 모전교~광통교</td><td>청계천 내 운영 구간과 당일 일정</td></tr></tbody></table></figure>

<p>장소와 구간은 위 서울시 하반기 안내를 따랐다(확인일: 2026-10-02). 광화문광장의 모든 구역이나 청계천 전체에서 열리는 것은 아니니, 약속 장소를 정할 때도 행사 이름과 구간을 같이 적어두면 좋다.</p>

<p>노트북도 가져갈 생각이라면 좌석과 콘센트 안내를 미리 찾아보자. 책을 읽을 수 있어도 노트북으로 일하기에 편한 자리인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p>

<h2>출발 전에 확인하는 순서</h2>

<ol><li><a href="https://seouloutdoorlibrary.kr/user/main/mainIndex.do">서울야외도서관 공식 홈페이지</a>에서 방문할 장소를 고른다.</li><li>운영일정 캘린더에서 방문 날짜를 찾아 주간·야간 운영 여부와 개장·종료 시각을 확인한다.</li><li>해당 장소의 공지사항에서 날씨나 다른 행사 때문에 바뀐 일정이 있는지 본다. 검색 결과의 봄 일정이나 오래된 글보다 방문일에 맞는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li><li>개장 여부나 시간이 불분명하다면 운영사무국에 문의한다. 공지가 없다고 정상 운영으로 생각하고 출발하지는 말자.</li></ol>

<p>문의 연락처는 공식 홈페이지의 해당 장소 안내에서 확인한다. 사무국이 문의를 받는 시간과 도서관이 여는 시간은 다를 수 있다. 특히 주말에는 전화가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기보다, 최신 공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p>

<h2>비가 오면 무조건 취소될까</h2>

<p><a href="https://korean.visitseoul.net/events/2026SeoulOutdoorLibrary/KOPvro3vg">서울 공식 관광 안내</a>는 기상 상황과 기타 행사에 따라 운영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수정일: 2026-04-28, 확인일: 2026-10-02). 비가 조금 온다고 반드시 취소되는지는 이 안내만으로 알 수 없다. 방문할 날짜의 공지가 올라왔는지 확인하자.</p>

<p>일기예보는 방문 준비에 참고하되, 실제로 여는지는 행사 공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야외 운영이 바뀌었다고 모든 프로그램을 실내에서 대신 진행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p>

<h3>실내 광화문 라운지는 별도 확인</h3>

<p>관광 안내에는 광화문 라운지의 실내 운영과 공휴일 예외가 따로 적혀 있다. 봄에 수정된 정보라 가을 방문일에 이용할 수 있는지는 공식 홈페이지의 라운지 안내를 다시 봐야 한다. 야외마당이 쉬는 날 실내도 열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체 장소로 정하기는 어렵다.</p>

<h2>별도 프로그램은 예약 여부도 확인하기</h2>

<p>이용요금은 공식 행사 안내상 무료다. 다만 별도 프로그램까지 모두 예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의 공지에서 접수·정원·예약 여부를 확인해두자.</p>

<p>출발 직전에는 방문할 장소의 공지를 한 번 더 열어보자. 미리 메모한 시간과 다르다면 당일 공지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p>

            ]]>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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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try>
        <title>문구 덕후 내향인들 모여라~!</title>
        <author>
            <name>정욱</name>
        </author>
        <link href="https://blog.jw-yoon.com/brunch-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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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1T23:51:38+09:00</updated>
            <summary type="html">
                <![CDATA[
                        <img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3f5e345a7eb451b9a8c09e71.webp" alt="카펫 위에 놓인 인벤타리오 쇼핑백과 노트 등 문구류" />
                    <p>2026 인벤타리오를 둘러본 문구 덕후의 후기. 행사 입장과 운영, 펜과 노트, 문구 브랜드에서 발견한 취향을 기록했습니다.</p>
                ]]>
            </summary>
        <content type="html">
            <![CDATA[
                    <p><img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3f5e345a7eb451b9a8c09e71.webp" class="type:primaryImage" alt="카펫 위에 놓인 인벤타리오 쇼핑백과 노트 등 문구류" /></p>
                
<p>두서없이 풀어보는 2026 인벤타리오 후기</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3f5e345a7eb451b9a8c09e71.webp" alt="카펫 위에 놓인 인벤타리오 쇼핑백과 노트 등 문구류"></figure>
<p></p>
<p>1.</p>
<p>뭔가를 아날로그 형태로 많이 쓰질 않음에도 불구하고, 문구는 내가 이성의 끈을 놓게 만드는 테마 중의 하나다. 오히려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 시절엔 아무 펜으로나 공부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p>
<p></p>
<p>나는 왜 문구류를 좋아할까. 생각해보면, 그래도 나름 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구류 앞에 서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꼭 써야 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좋은 펜과 노트가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펜촉의 굵기를 비교하고, 잉크 색을 들여다보고, 종이의 질감을 만져보는 일에는 그 행위 만으로도 이미 좋은 글이 나올 것만 같다는 묘한 즐거움이 있다.</p>
<p>무엇보다 문구류에는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아날로그 분야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더 빠르고, 더 가볍고, 더 효율적인 것들이 당연해진 시대에 굳이 종이를 고르고, 펜촉의 굵기를 비교하고, 잉크 색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쩐지 조금 비효율적이지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더 마음이 가기도 한다. 어떤 마음은 종종 느리게 혹은 가만히 서서 시간을 들여 바라봐야만 보이기도 한다.</p>
<p></p>
<p>그런 내게 작년부터 개최된 인벤타리오라는 행사는 늘 설레는 행사 중의 하나다. 작년이 첫해였던 만큼 행사 운영에서 조금은 미숙한 면들이 보였다면, 올해의 관전 포인트는 그런 운영 미숙이 얼마나 해결됐을 것인가 하는 부분에도 자연스레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p>
<p></p>
<p>2.</p>
<p>첫 날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 따르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발권부터 몰려 입장에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해서 조금은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가 다녀온 목요일 오후 1시 즈음엔 꽤나 한산해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p>
<p></p>
<p>특히 네이버가 최근 밀고 있는 페이스 페이를 사전에 등록한 사람은 패스트 트랙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이 발권에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황형과의 삼쏘에서 이해진이 굳이굳이 페이스 페이를 내세우더니 최근에 네이버가 이쪽에 꽤나 무게를 싣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p>
<p>입장해보니,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작년보다 압도적으로 커진 규모였다. 작년엔 2층에서도 일부 공간에서만 진행됐다면, 올해는 2층의 거의 전체를 넓게 사용하는 형태로 그 규모가 확장되었다. 아무래도 작년의 그 열기를 생각해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나…싶었다.</p>
<p></p>
<p>3.</p>
<p></p>
<p>문구류는 내 기준에 크게 두 가지 형태의 무드랄까, 컨셉으로 나뉘어진다. 한쪽은 귀엽고 키치하고 트렌디함을 내세우는 부류, 한 쪽은 무게감있고 진중하면서도 세련되고 깔끔한 부류. 내 취향은? 보나마나 후자다. 전자의 컨셉을 내세우는 브랜드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더라도 거의 스쳐 지나가듯이 구경만 할 뿐이었지만, 후자의 취향인 곳들은 줄을 서서 체험도 해보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결국 구매까지 이어졌다.</p>
<p>그 중에서도 파이롯트 부스는 직접 다양한 만년필 촉(ef, e, m촉)을 경험해보고, 다양한 색의 몸통을 조합해 조립해보는 경험을 제공해 인상적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이로시주쿠 잉크를 전부 어떤 색인지 써볼 수 있어서 내겐 꽤 유익한 부스였다. 아, 근데 사실 한국 파이롯트 대표님이신… 김진표형이 부스에 있어서 진짜 깜짝 놀라서 멀리서 보다가 체험해보게 되긴 했다. 긴가민가 했는데 목소리를 듣고 딱 알아봤다. 진표형… 진짜 일 열심히 하시는군요…</p>
<p></p>
<p>그 밖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알게되어 애정을 갖고 있는 썸무드 디자인이라든지, 이번에 새로 알게된 kawi라는 패턴지 브랜드, 까렌다쉬, 파버 카스텔, 로지텍(?) 등의 부스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어릴적 집에 다들 하나 씩은 있었을 샤파의 연필깎이나, 네이버 라운지에서 안내하시는 분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날개달린 모자 처럼, 나같은 늙은이들이 보고 반가워할만한 요소들도 재밌었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1acd755f0499c9d311d53994.webp" alt=""></figure>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248df150fff16fe2fd15e673.webp" alt=""></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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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2c71b111a7cf9cc108558a15.webp" alt=""></figure>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71bd9ce1a03da605d19e8881.webp" alt=""></figure>
<p></p>
<p>4.</p>
<p>물론 문제점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첫날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서 익히 봐 왔던 포인트 오브 뷰의 키티 콜라보 같은, 정말정말 인기있는 부스들의 경우에는 애시당초 입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입장 대기가 일찌감치 마감된 곳도 많았고, 대기 시간이 2시간이 넘어가는 곳들도 종종 있었다. 다만 깔끔하게 포기하면 맘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기에 내겐 큰 단점이 아니었지만.</p>
<p></p>
<p>또 다른 문제는, 플라츠 2 구역의 룸 형태 부스들의 온도가 너무 높았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이라 복도 형태로 이루어진 부스들보다 상대적으로 관람 동선도 안나오는 곳인데, 온도까지 높다보니 그 안의 불쾌도나 관람 경험은 그다지 유쾌하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당연하게도 피로도가 쌓일 수 밖에 없었고. 물론 겁먹었던 것 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여유롭게 볼 수 없었다는 건 작년에도 올해도 아쉬울 수 밖에 없는 포인트였다.</p>
<p></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d73ebecc445fb7f30e1372b0.webp" alt=""></figure>
<p>5.</p>
<p>내가 자발적으로 가는 페어는 서울 국제 도서전 아니면 인벤타리오 정도뿐이다. 역설적이게도 독서도 문구도, 전부 꽤나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취미인 경우가 많은데, 늘 이런 행사들의 인기도는 하늘을 찌른다. 뿐만 아니라 두 가지 모두 북적거리고 정신없는 것과는 거리가 먼, 뭔가를 고르거나 구경하려면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천천히 살펴보고, 만져보고, 고르기도 하면서 즐겨야 하는데 이 두 가지 행사에서는 그런 일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p>
<p>이번에 도서전은 예매 자체가 어려웠다는 걸 보면, 또 얼마나 많이 몰릴까 싶다. 솔직히 난 매년 도서전에 점점 더 실망감이 커져 올해는 안 가기로 했기 때문에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긴 하지만. 내향형인 문구인과 도서인들 모두 일년에 몇 안되는 이런 사람 많은 행사에서 기빨려서 힘들어할 걸 생각하면 안쓰럽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에 대한 사랑 하나로 꾸역꾸역 와서 펜을 만져보고, 노트를 고르고, 책을 들춰보는 그런 모습 자체가 조금은 귀엽고 재밌게도 느껴지는 지점이긴 하다.</p>
<p>결국 나도 그중 한 명이지만.</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567cb4a3277282ad4c912e22.webp" alt=""></figure>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21743e9eccb605b98a3cf406.webp" alt=""></figure>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6/80a9d3d1844b368ca95e3874.webp" alt=""></figure>
<p></p>
<p></p>
<p><!-- seo-navigation:start --></p>
<section aria-label="연재와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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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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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
</section>
<p><!-- seo-navigation:end --></p>

            ]]>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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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매년 정해진 날, 특정 나이가 된 사람들은 사라진다</title>
        <author>
            <name>정욱</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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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1T22:03:44+09:00</updated>
            <summary type="html">
                <![CDATA[
                        <img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7/13ec0a5af8a526220dd9ae10.webp" alt="《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숫자 33과 원정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 화면" />
                    <p>게임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고마주와 페인트리스, 프랑스적인 미술과 용어가 작품의 주제와 만나는 지점을 담았습니다.</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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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img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7/13ec0a5af8a526220dd9ae10.webp" class="type:primaryImage" alt="《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숫자 33과 원정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 화면" /></p>
                
<p>게임《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리뷰</p>
<p>1.</p>
<p></p>
<p>“다른 사람에게 꽃을 주려면… 시들어 죽기 전에 주는 게 좋을 거예요.”</p>
<p>“꽃이? 아니면 소피가?”</p>
<p></p>
<p>게임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Clair Obscur: Expedition 33)는 이처럼 아름답지만 불길한 농담으로 시작한다.</p>
<p>뤼미에르(Lumière)에서는 매해 정해진 날, 특정 나이가 된 사람들이 꽃잎과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완전히 소멸되는 고마주(Gommage)라 불리는 현상. 사람들은 저 멀리 바다 건너 거석에 새겨진 숫자를 통해 자신이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있다. 그 숫자를 적는 이는 페인트리스(Paintress)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여인이다.</p>
<p></p>
<p>100에서 시작한 숫자는 해마다 하나씩 줄어 어느덧 34까지 내려왔으며, 게임이 시작되면 그 숫자는 33으로 바뀐다. 그리고 서른셋을 넘긴 사람들은 꽃잎이 되어 사라진다</p>
<p>죽을 나이를 미리 받아든 채 살아가는 삶.</p>
<p></p>
<p>《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이 암울하면서도 독특한 설정 위에서 출발한다. 게임 속 인류는 세계에 닥친 원인 모를 균열 이후 시작된 이 잔혹한 저주를 끝내기 위해 매년 원정대를 꾸려 페인트리스가 있는 거석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어떤 원정대도 진실을 알아내기는커녕, 살아 돌아오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매년 원정대를 보낸다. 플레이어는 그 원정대의 일원, 서른두 살들로 구성된 ‘33 원정대’의 멤버가 되어 여정에 오른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7/13ec0a5af8a526220dd9ae10.webp" alt="《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숫자 33과 원정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 화면"></figure>
<p></p>
<p>2.</p>
<p></p>
<p>프랑스의 소규모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Sandfall Interactive)가 만든 이 게임은, 턴제 롤플레잉 게임(RPG)이라는 고전적인 시스템 위에 실시간 회피와 패링(parrying)을 결합해 전투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독특한 게임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았다.</p>
<p>그러나 이 게임을 향한 게이머들의 찬사는 비단 전투 시스템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술성에 대한 프랑스 특유의 집착에 가까운 요소가 곳곳에 자리 잡은 이 게임의 수려한 미술과 연출 요소, 감정을 끌어올리는 음악과 후반부에 이르러 완전히 뒤바뀌는 인상적인 반전의 스토리까지. 《클레르 옵스퀴르》는 게임을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가 완벽에 가깝게 맞물리며 그야말로 “왜 게임을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가?”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을 내놓은 작품이다.</p>
<p>이러한 완성도 덕분에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을 포함해 9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p>
<p></p>
<p>물론 수상과 그를 둘러싼 논쟁 때문에 그 색이 조금 바래진 감이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왜 이 게임이 많은 사람에게 “게임도 종합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다.</p>
<blockquote>
<p>이 아래부턴 게임의 핵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p>
</blockquote>
<blockquote>
<p></p>
</blockquote>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7/9848f936440e12afa00a241c.webp" alt=""></figure>
<p></p>
<p>3.</p>
<p>원정대는 마침내 거석에 도착해 페인트리스와 마주하고, 그녀를 쓰러뜨린다. 한 가지 이상했던 점은 페인트리스가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원정대원들을 치유하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 아무튼 페인트리스를 쓰러뜨린 원정대는 뤼미에르로 돌아오고, 사람들의 축복과 환호 속에서 승리를 맞이한다.</p>
<p></p>
<p>그런데 그 순간, 세상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한다.</p>
<p>플레이어는 이때부터 게임의 이야기가 자신이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잠시 후 꽃잎이 되어 사라졌던 마엘이 어느 저택의 침대에서 깨어난다. 그러나 마엘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건강하고 쾌활한 소녀가 아니다. 화상으로 망가진 얼굴, 잃어버린 한쪽 눈, 더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녀. 알리시아(Alicia). 그것이 현실 속 마엘의 진짜 이름이다.</p>
<p>이때부터 게임의 세계는 완전히 뒤집힌다.</p>
<p>지금까지 플레이어가 현실이라고 믿었던 뤼미에르는 사실 캔버스(Canvas) 안에 그려진 세계였으며, 현실에는 그림 속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팎을 오갈 수 있는 데상드르(Dessendre)라는 신비한 화가 가문이 존재하고 있었더 것. 이 데상드르 가문은 대립 세력인 ‘작가’의 습격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저택은 불길에 휩싸였다. 그 화재 속에서 알리시아의 오빠 베르소(Verso)는 동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플레이어가 여정 중 만났던 베르소는 현실의 베르소가 아니라, 캔버스 안에 그려진 존재였던 셈이다.</p>
<p></p>
<p>또한 사람들을 지우는 악역처럼 보였던 페인트리스는 사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 알린(Aline)이었고, 그녀는 베르소가 남긴 캔버스 속 세계를 떠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p>
<p>그러니까, 사실 고마주는 페인트리스가 벌이는 학살이 아니었다. 오히려 르누아르(Renoir)가 사랑하는 아내 알린을 현실로 데려오기 위해 캔버스 속 세계를 지우면서 벌어지는 현상이었으며 페인트리스, 즉 알린은 오히려 캔버스 속 존재들을 보호하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리기 위해 거석의 숫자를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p>
<p></p>
<p>그렇게 마지막 엔딩에 다다르면 플레이어는 두 가지 선택 앞에 선다.</p>
<p></p>
<p>마엘의 입장이 되어, 감옥 같은 현실의 육신에 갇힌 채 살아가는 대신 사랑하는 동료들과 가족이 있고 건강한 몸도 있는 캔버스 속 세상을 지킬 것인가.</p>
<p>아니면 베르소의 편에 서서, 현실이 비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알리시아가 그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가게 할 것인가. 그리고 가상의 존재인 베르소 자신은 영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인가.</p>
<p>아니면 베르소의 편에 서서 현실이 비참하고 힘들더라도 그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가게끔 돕고, 가상의 인물인 본인은 이제 영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가.</p>
<p></p>
<p>어느 쪽도 완전한 행복은 아니다.</p>
<p>한쪽은 현실을 외면한 채 아름다운 허구 속에 머문다.</p>
<p>다른 한쪽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인 채 살아가야 한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7/b09d7d7cde6e57e7857d3ef0.webp" alt=""></figure>
<p></p>
<p>4.</p>
<p></p>
<p>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l&#x27;existence précède l&#x27;essence)”라고 말했다. 그 유명한 실존주의의 대표격인 이 문장은, 인간에게는 미리 정해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내리는 선택과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뜻이다. 《클레르 옵스퀴르》의 이야기는 이런 점에서 실존주의의 거대한 비유처럼 읽힌다.</p>
<p></p>
<p>게임 속 원정대원들은 살아 돌아올 보장 없이 길을 떠난다. 그들에게는 승리의 보장도, 귀환의 보장도 없다. 이전 원정대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들의 선택을 더 부조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은 떠난다. 떠나는 행위 자체가 그들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p>
<p></p>
<p>마지막 선택 역시 마찬가지다. 마엘의 엔딩은 겉으로 보기에는 더 행복해 보인다. 잃어버린 사람들은 다시 곁에 있고, 망가진 몸과 가족의 비극도 더는 눈앞에 없다. 그러나 그 행복은 현실의 고통을 지워버린 채 얻은 행복이다. 사르트르식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자기기만, 즉 고통스러운 자유와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에 가깝다.</p>
<p>반대로 베르소의 선택은 잔인하다. 캔버스 속 세계를 끝내고, 알리시아를 상처 입은 몸과 무너진 가족이 기다리는 현실로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이 선택은 실존주의적인 태도에 가까워진다. 살아간다는 것은 반드시 행복한 세계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내가 피하고 싶은 진실까지 포함해 “이것이 내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p>
<p></p>
<p>중요한 것은 어느 선택이 옳은지가 아니다.</p>
<p>나는 무엇을 외면하며 살고 있는가.</p>
<p>나는 무엇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가.</p>
<p>그리고 나는 어떤 선택을 통해 나 자신이 되는가.</p>
<p></p>
<p>이 게임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에 가깝다.</p>
<p>실존주의적인 해석과 별개로 이 게임은 그 자체로 예술에 대한 이야기처럼도 읽힌다. 예술가는 자기 손으로 세계를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그 세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캔버스 속 세계는 누군가의 사랑에서 태어났지만, 그 사랑이 지나치게 오래 붙들릴 때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된다.</p>
<p>마엘의 엔딩은 그런 점에서 공허하고 조금은 기괴하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잃어버린 가족이 있고,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건강한 몸도 있다. 분명 행복한 삶이다. 그러나 그 세계가 진실한 세계는 아니다. 마치 《완다비전》(WandaVision)이 그랬듯,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이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아름다운 허구로 덮어버릴 때, 그 세계는 위로인 동시에 감옥이 된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7/8f8a968e1f66d358968cf5be.webp" alt=""></figure>
<p></p>
<p>5.</p>
<p>내게 좋은 게임, 더 넓게는 잘 만들어진 대중문화 콘텐츠란 단순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 작품을 이루는 요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끝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 여기에 더해 그 생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긴 여운으로 이어지는 작품.</p>
<p>그런 기준에서 내게 《클레르 옵스퀴르》는 단순히 잘 만든 RPG를 넘어, 죽음과 상실, 환상과 현실,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끝까지 묻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전투도, 미술도, 음악도, 이야기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게임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는 점이다.</p>
<p>“나는 어떤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며,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갈 것인가.”</p>
<p></p>
<p>6.</p>
<p>알아두면 더 재밌는 게임 속 프랑스어와 이에 대한 유래.</p>
<p></p>
<p>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게임 속 단어들이 어디서 왔는지 비교적 쉽게 눈에 들어왔다. 《클레르 옵스퀴르》에는 미술과 프랑스어에서 가져온 고유명사들이 꽤 많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p>
<p></p>
<p>클레르 옵스퀴르(Clair Obscur)는 프랑스어로 ‘밝음과 어둠’, 또는 ‘명암의 대비’를 뜻한다. 미술 용어로는 이탈리아어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입체감과 깊이,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가리킨다. 카라바조(Caravaggio)나 렘브란트(Rembrandt)의 회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p>
<p>고마주(Gommage)는 프랑스어 동사 고메(gommer), 즉 ‘지우다’와 관련된 단어다. 일반적으로는 문질러 지우거나 벗겨내는 행위를 뜻한다. 고마주 자체는 “문질러 떼어내 지우기”를 뜻하며, 유화에서 물감을 문지르거나 굳은 물감을 긁어서 떼어내 제거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p>
<p></p>
<p>뤼미에르(Lumière)는 ‘빛’을 뜻한다. 게임의 도시 이름이 뤼미에르라는 점은 제목의 ‘밝음과 어둠’이라는 주제와도 맞물린다.</p>
<p>베르소(Verso)는 종이나 캔버스의 ‘뒷면’, 또는 책의 왼쪽 페이지를 뜻한다. 게임 속 베르소가 현실과 캔버스, 앞면과 뒷면 사이에 걸쳐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름에서부터 이미 이 이야기의 복선이 담겨 있다.</p>
<p>이처럼 《클레르 옵스퀴르》의 고유명사들은 단순히 그럴듯한 프랑스어를 가져다 붙인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주제와 미술적 세계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알고 보면 이 게임의 용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 ‘빛’, ‘색’, ‘지움’, ‘뒷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p>
<p>오랜만에(?) 거의 처음으로 너무나도 프랑스스러운 요소가 가득해서 그걸 찾아보는 재미로도 가득했던 게임이었다.</p>
<p></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7/485367ab3162ef4ecc779473.webp" alt=""></figure>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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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공연</title>
        <author>
            <name>정욱</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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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2T16:27:21+09:00</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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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슬립 노 모어》 서울 공연을 직접 체험한 후기. 《맥베스》를 바탕으로 한 이머시브 연극에서 공간을 이동하며 나만의 서사를 만들어 간 경험을 기록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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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t;슬립 노 모어&gt; 서울 후기</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8/b58c857dedcaf1be58cd6e75.webp" alt="《슬립 노 모어》 후기의 붉은 배경 위 흰 가면과 조명"></figure>
<p>1.</p>
<p>“It will have blood, they say; blood will have blood.”</p>
<p>&#8211;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3막 4장</p>
<p></p>
<p>《맥베스》의 한 구절이자 내가 공연 중 경험한 &#x27;원온원(1:1)&#x27; 에서 들었던 이 문장만큼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그 안에서 내가 본 모든 게 결국 이 서늘한 문장 하나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었다.</p>
<p></p>
<p>영국의 공연 제작사 펀치드렁크가 만든 이 작품은 이머시브 연극이라고 불린다. ‘이머시브’는 말 그대로 몰입형 극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무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관객은 객석에 앉아 공연을 일방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안을 직접 오르내리며 공연을 체험하게 된다. 제작사의 설명처럼, 이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어둡고 영화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관객 스스로 자신만의 여정을 설계하게 만든다.</p>
<p></p>
<p>때문에 《슬립 노 모어》에서 무대와 관객 사이의 경계는 거의 사라진다. 관객은 보고, 만지고, 걷고, 쫓아가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한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누구를 따라가는지, 어느 방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그 순간 내가 보는 것이 곧 나만의 공연이 된다. 같은 공연을 보고 나와도, 각자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p>
<p></p>
<p>2.</p>
<p>《슬립 노 모어》는 입장 경험부터 인상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휴대폰, 스마트워치와 같은 전자기기와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나면, 관객은 어두운 복도를 따라 들어가게 된다. “왼쪽 벽에 손을 대고 가주세요”라는 안내를 따라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을 한참 걸어가면, 마치 현실 세계에서 《슬립 노 모어》의 무대 속으로 건너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복도가 단순한 이동 동선이 아니라, 두 세계 사이의 경계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p>
<p></p>
<p>어둠 끝에 도착하는 곳은 1930년대 어느 재즈바 같은 공간이다. “어젯밤 나는 다시 맨덜리에 가는 꿈을 꾸었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 첫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멘덜리 바.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곧 입장할 때 받은 카드가 호명된다. 호명된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가 공연 유의사항과 감상법을 듣고, 기묘하게 생긴 회색 가면을 받는다.</p>
<p></p>
<p>이 가면은 배우와 관객을 구분 짓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관객의 익명성을 만들어내는 이 공연의 핵심 장치 중 하나다. 가면을 쓴 관객들은 침묵한 채, 배우들을 뒤쫓는다. 배우들은 가면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가끔 가면을 쓴 관객들이 배우를 빙 둘러싸고 바라보는 장면을 지켜보면, 그들이 마치 이 세계를 떠도는 유령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객은 존재하지만 개입하지 못하고, 목격하지만 바꿀 수는 없다.</p>
<p></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8/6d3ed88db7113fa1b54b432a.webp" alt=""></figure>
<p>3.</p>
<p>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공간의 밀도다. 누군가의 집처럼 꾸며진 방, 숲, 병원, 큰 연회장, 상점가, 탐정 사무실, 박제상, 아이 방, 오두막 등이 하나하나 정교하게 꾸며져 있고, 소품 하나하나가 허투루 놓여있지 않다. 이 공간에서 서랍을 열어보고, 책상 위의 물건을 들여다보고, 벽에 적힌 글씨를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p>
<p></p>
<p>놀라운 점은, 이 공간들이 단순한 세트가 아니라 전부 무대라는 사실이다. 관객은 이미 무대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관객은 흡사 오픈월드 게임처럼 허락된 범위 내에 있는 무엇이든 해도 된다. 특정 배우를 따라가도 되고, 아무도 없는 방을 혼자 탐색해도 된다. 어떤 인물을 끝까지 쫓아가면 그 인물의 루트를 보게 되고, 중간에 다른 인물로 갈아타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게된다.</p>
<p></p>
<p>공연은 약 한 시간 단위의 이야기가 반복되는(팬들은 이를 ‘루프’라고 부른다)구조로 되어있는데, 사건이 반복되더라도 관객의 시선과 위치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루프가 반복되더라도 늘 새롭게 느껴지게 된다. 즉, 내가 지금 이 방에서 어떤 장면을 보고 있는 동안, 다른 층에서는 전혀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다.</p>
<p></p>
<p>여기가 이 공연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불친절한 서사 구조로 인해 이야기가 명료하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맥베스》를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이 파편화된 장면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출 수 있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8/348b716112ac4191b83d57a1.webp" alt=""></figure>
<p>4.</p>
<p></p>
<p>맥베스의 스토리를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맥베스라는 장군이 세 마녀로부터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아내인 레이디 맥베스는 그 예언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를 부추긴다. 결국 맥베스는 덩컨 왕을 죽이고 왕이 된다.</p>
<p></p>
<p>하지만 권력을 얻었다고 평온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불안에 사로잡힌다. 마녀들이 또 다른 예언으로 친구 뱅코의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맥베스는 뱅코를 죽이지만, 그의 아들까지 죽이는 데에는 실패한다. 그 뒤로 맥베스는 점점 더 많은 피를 부르고, 점점 더 깊은 파멸로 들어간다.</p>
<p></p>
<p>나는 이번이 두 번째 관람이었는데, 예전 뉴욕 여행에서 관람했을 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심지어 맥베스를 원전으로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스토리를 따라가기보다는 무대 디테일을 보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썼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꼭대기 층의 병원도 가보고, 상점가의 소품들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거의 공간 탐험을 하듯이 관람했고, 당시 그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이어서 그 이후로는 늘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경험 중에 하나로 말하곤 했다.</p>
<p></p>
<p>뉴욕에서의 첫 관람에서 공간을 탐험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면,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스토리의 흐름을 이해해보고자 노력했다. 초반에는 주인공 맥베스를 따라가며 큰 줄기를 잡았고, 중반부터는 인파를 피해 간호사(Nurse Shaw &amp; Matron)들의 동선을 선택했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8/141af3cf775f470d0fd9ab50.webp" alt=""></figure>
<p></p>
<p>5.</p>
<p>이 선택은 개인적으로 &#x27;신의 한 수&#x27;였다. 주인공 맥베스는 구름 관중을 양떼처럼 몰고 다녔고, 어떤 장면은 제대로 관람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반면 간호사 루트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어느 순간에는 거의 나 혼자 배우를 따라다니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이른바 ‘간택’이라 불리는 원온원(1:1)을 경험할 수 있었다.</p>
<p></p>
<p>원온원이란 배우가 관객 한 명의 손을 잡고 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데려가, 오직 그 관객만을 위한 연기를 펼치는 것을 말한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그게 그렇게 특별한가?” 싶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왜 사람들이 그토록 원온원에 열광하는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p>
<p></p>
<p>Matron과의 원온원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Nurse Shaw를 지켜보다 다시 Matron 쪽으로 돌아온 순간, 그녀가 앞선 사람들을 제치고 내게 다가와 손을 내민 것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간택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홀린 듯 그 손을 덥석 잡았고, 그대로 오두막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 안에서 Matron은 내 가면을 벗겨 한편에 놓아두고 연기를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낯선 긴장감에 거의 얼어붙어 있었지만…</p>
<p></p>
<p>그녀는 나를 앉히더니 무릎 위에 손수건을 얹고 찻잔을 건넸다. 홍차를 따라 숟가락으로 몇 번 먹여주더니, 이내 차를 흘린 내 입가를 세심히 닦아주었다. 다정하면서도 어딘지 섬뜩한 면도 있었는데, 바로 이어서 그녀는 한 아이가 등장하는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Woyzeck》의 “Grandmother’s black fairy tale”. 그리고 갑자기 암전이 되더니, 그녀는 내 손을 잡아끌고 팔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린 뒤, 귓속말을 반복했다.</p>
<p></p>
<p>“피는 피를 부른다.”</p>
<p></p>
<p>나중에 찾아보니 이날의 Matron은 표혜인 배우님이었는데, 나와 눈을 마주하며 가면을 벗겨내고, 대사를 읊조리던 그 순간의 흡입력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아, 진짜 도파민은 원온원인 것이었다…</p>
<p></p>
<p>가면을 쓴 수많은 유령들 중에서 배우가 나를 골라 손을 내미는 순간, 공연은 “모두의 것”에서 “나만의 것”이 된다. 내가 이 세계를 단순히 보고 있는 걸 넘어서서, 그 세계 속으로 더 강렬하게 들어가보는 경험. 그 경험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종류의 전율이었다.</p>
<p></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8/24686502d91be07027a61a7c.webp" alt=""></figure>
<p></p>
<p>6.</p>
<p>물론 원온원을 하지 않더라도, 배우들의 눈, 근육의 움직임, 숨, 땀, 시선까지 모든 것을 아주 근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은 충분히 특별하다.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멀리 있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 여기서는 바로 코앞에서 벌어진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누군가 미쳐가고, 누군가를 죽이고, 유혹하며 무너진다. 관객은 지근거리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바라보며 불편함과 매혹을 동시에 느낀다. 무언극으로 진행되는 내내 온몸을 언어 삼아 표현하는 배우들의 우아함 역시 그 자체로 경이로운 장면이다.</p>
<p></p>
<p>성인 전용 공연인 만큼 잔인하거나 배우가 전신 나체로 연기하는 파격적인 장면들도 등장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아주 가까이서 마주하는 순간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외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자극적인 요소들은 이 거대한 세계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p>
<p></p>
<p>처음 이 공연을 접했을 때 ‘내가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던 건, 그만큼 《슬립 노 모어》가 독보적인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티켓 가격이 20만 원에 육박한다는 점은 분명 부담스럽지만, 가만히 앉아 관람하는 여타 다른 공연들의 가격을 떠올려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하나의 완결된 세계관 속을 직접 탐험하며 나만의 독창적인 경험을 얻고 나온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아, 물론 진짜 저렴하다는게 아니라..).</p>
<p></p>
<p>물론 《슬립 노 모어》는 결코 친절한 공연이 아니다. 서사를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으며, 관객은 결코 모든 장면을 다 볼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이 점이 답답한 요소가 되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x27;불완전함&#x27;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내가 본 것과 보지 못한 것 사이의 공백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 여운처럼 멤돌며 내가 놓친 방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지, 다른 인물을 따라갔다면 무엇을 보았을지 끊임없이 되뇌게 만드는 것이다.</p>
<p></p>
<p>결국 《슬립 노 모어》는 공연을 ‘보는’ 행위를 넘어 공연을 ‘걷는’ 체험에 가깝다. 객석에 앉아 주어지는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된 장면 사이를 직접 이동하며 나만의 서사를 스스로 조립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세계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 같은 기분.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공연을 수차례 반복 관람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 슬립 노모어 예매창을 띄워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p>
<p></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8/2ba021653919ead5afb23281.webp" alt=""></figure>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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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간을 대체할 존재인 깔끔하고 완전한 전자두뇌 앞에서</title>
        <author>
            <name>정욱</nam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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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1T01:19:22+09:00</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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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I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AI가 인간과 글쓰기를 대체할 수 있는지 돌아봅니다. 기술의 발전 앞에서 텍스트로 일하는 사람이 품게 된 질문들을 담았습니다.</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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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mg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9/f15aca9e5d997678e5b57ad2.webp" class="type:primaryImage" alt="여러 화면이 설치된 전시장과 그 앞에 서 있는 관람객" /></p>
                
<p>바야흐로 대(大) AI의 시대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9/f15aca9e5d997678e5b57ad2.webp" alt="여러 화면이 설치된 전시장과 그 앞에 서 있는 관람객"></figure>
<p></p>
<p>1.</p>
<p>바야흐로 대(大) AI의 시대다. 인터넷 어디를 둘러봐도 AI로 만든 콘텐츠, AI를 잘 활용하는 법, AI 시대에 사라질 직업, AI 수혜주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30몇 년 동안의 내 인생 속에서, 이렇게까지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기술이 또 있었던가.</p>
<p></p>
<p>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담론은 자연스레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혹은 ‘AI에게 대체되지 않을 인간의 영역은 무엇인가’로 옮겨간다. 온라인 상에서든, 오프라인 상에서든.</p>
<p></p>
<p>AI를 탑재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며 그 세계에 나름 깊이 발을 들였고, 지금도 AI 트렌드를 따라가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절망적이게도 AI는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며 언젠가는 인간을 상당 부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p>
<p></p>
<p>AI라는 표현 자체도 Artificial Intelligence, 말 그대로 인공지능 아닌가. 인간의 사고 과정을 모사한 전자두뇌가 수면욕도 식욕도, 피로도 없이 1년 365일 성실하고 빠르게 작동한다면, 그것이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리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인간의 오만일지도 모른다.</p>
<p></p>
<p>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물론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미 그런 변화는 시작되었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lt;먼저 온 미래&gt;에서 장강명 작가는 알파고 이후 인간 최강자의 자리를 내줘야 했던 바둑 기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p>
<p></p>
<p>바둑계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큰 충격에 휩싸였다. 바둑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금의 프로 기사들은 AI의 기보를 분석하고 학습하며, 그 위에서 다시 인간끼리 경쟁한다. 이 책은 그렇게 이미 AI의 우수함이 증명된 영역을 통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p>
<p></p>
<p>2.</p>
<p>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p>
<p></p>
<p>AI에게 대체되지 않을 영역. 본질적으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인간만의 고유함은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완전한 신체와 정신,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추함. 하지만 인간만의 고유성이 고작 &#x27;결핍&#x27;과 &#x27;불완전함&#x27;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때면 형언할 수 없는 무력감이 스며든다.</p>
<p></p>
<p>나는 학부 시절 불어불문학을 전공하며 내내 인문학의 언저리에 머물렀다. 인문학이란 인간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인간세계에서 의미있는지를 묻는 학문에 가깝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파생된, 질문의 학문인 셈이다.</p>
<p></p>
<p>그 시절에도 그 전에도 인문학 전공에 대한 쓸모와, 여기서 파생된 취업과 관련된 농담은 있어왔다. 2011년 코난 오브라이언이 한 대학의 졸업 축사에서 &quot;인문학 전공자들은 고대 그리스로 가서 취업해야 한다&quot;고 농담했을 정도로, 나와 대다수의 인문학 전공자들은 이미 컴퓨터 코딩과, 각종 공학적 지식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가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돈이라는 자원을 벌어다주는 시대에서 자신들의 &#x27;쓸모&#x27;에 대해 한 번쯤은 먼저 고민해 본 사람들인 셈이다.</p>
<p></p>
<p>물론 이제는 그런 조롱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인문학의 효용성은 낡은 담론이 되어버린 듯 하고, 그 자리엔 인터넷과 서점가 등에서 지적 허영심을 위해 소모적으로 소비되어버리는 인문학만이 자리잡았지만, 이런 세태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선 아껴두기로 하자.</p>
<p></p>
<p>그럼에도 나는, 어쩌면 인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AI가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야말로 인간의 정체를 탐구하는 사유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인문학이 수천 년간 해온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일이자, 동시에 가장 ‘쓸모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뭐, 물론 인문학을 배운 모든 사람들이 사람을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p>
<p></p>
<p>이건 내가 늘상 인문학의 효용성에 대해 평소에도 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일을 할수록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인간을 향하며, 인간을 이해하는 통찰은 여전히 유효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p>
<p></p>
<p>인간을 향하지 않는 기술을 인간이 개발하는 것이, 무슨 쓸모를 갖고 있을까?</p>
<p></p>
<p>3.</p>
<p>우리는 왜 AI에 대체되는 걸 두려워할까? 자신의 쓸모가 없어져 결국은 밥벌이를 못 할까 봐?  혹은 AI가 결국 쓸모없어진 인간들을 모조리 말살하고 기계들의 세상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디스토피아적인 SF 세계가 두려워서? 아마도 그 근원에는 ‘인간의 일이 사라진 세계에서 나는 무엇이 되는가’라는 막연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p>
<p></p>
<p>1811년, 영국 산업혁명기에 기계 도입으로 일자리를 위협받은 노동자들이 방직기를 파괴하는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흔히 이들을 기술 발전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떻게든 저항해보려 한 어리석은 노동자들로 기억하지만, 실제로 이 운동은 고도로 숙련된 숙련공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졌다.</p>
<p></p>
<p>그들은 모든 기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지 않았다. 기계로 대체되기 전에 생계를 이어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점진적 전환과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했고, 이를 약속한 공장의 기계는 건드리지 않았다. 심지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계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맥락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어리석은 저항 운동’이라는 단순하고 납작한 언어로만 정리되어 사람들에게 기억되었다.</p>
<p></p>
<p>내가 러다이트 운동을 벌여야된다거나, AI기술을 도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야말로 AI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p>
<p></p>
<p>그러나 우리가 그 빠른 세상의 흐름 속에서 잠깐씩은 멈춰서서 그야말로 ‘대 AI의 시대’에 우리들은 어떻게 그 변화를 점진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하다못해 각자 개인들의 생각 정리 정도는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p>
<p></p>
<p>4.</p>
<p>언젠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AI가 쓴 글을 알아보는 법은 ‘지나치게 유려하고 매끈하게 잘 쓴 텍스트’인지 살펴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아직까지는)그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AI가 쓴 글은 여전히 완벽히 유려하지도, 완성도가 높지도 않다. 부사와 단어 선택은 여전히 아쉽고, 내가 손을 보지 않으면 도저히 그대로 쓸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인 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p>
<p></p>
<p>그러나 언젠가는 AI가 나보다, 위대한 인간 작가보다, 인류 그 누구보다도 더 유려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을 쓰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텍스트와 글쓰기로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런 시대가 온다면, 나는 무얼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진다. 지금 이 글도 과연 AI로 쓰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는 할까?</p>
<p></p>
<p>미래는, 역사는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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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느 중국 청년과의 이틀</title>
        <author>
            <name>정욱</nam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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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6T21:42:51+09:00</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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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10/4c6e1284b568b9d50f123c59.webp" alt="전시 안내가 걸린 건물 입구와 도로 위의 자동차" />
                    <p>영어가 통하지 않는 중국인 여행자와 서울에서 이틀을 함께한 이야기. 언어의 벽과 문화 차이, 구글 번역기와 AI 도구에 도움을 받았던 순간들을 기록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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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mg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10/4c6e1284b568b9d50f123c59.webp" class="type:primaryImage" alt="전시 안내가 걸린 건물 입구와 도로 위의 자동차" /></p>
                
<p>영어가 되지 않는 중국인 여행자와, 중국어가 되지 않는 한국인 로컬</p>
<p>후배 L로부터 월요일 아침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p>
<p></p>
<p>&quot;선배,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quot;</p>
<p></p>
<p>…는 당연히 거짓말이다. 실제로 저렇게 메시지가 오진 않았다.</p>
<p></p>
<p>백수에게 월요일 아침은 일요일 아침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느지막이 오전 10시쯤 일어나 TV를 켜고 주식 방송을 배경음악 삼아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때 후배 L에게 연락이 왔다. 아버지 친구의 중요한 중국 거래처 사장 아들이 한국에 놀러 왔는데, 화·수 이틀간 동행하며 한국 문화를 소개해 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이틀간의 보수도 꽤 쏠쏠했다. 어차피 할 일 없이 플스나 붙잡고 있을 게 뻔했으니, 조금 귀찮긴 했으나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문득 단편소설의 도입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성해나의 단편 소설 &lt;스무드&gt;는 느낌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을 담고 있으니. &#x27;내가 또 언제 타자의 시선으로 한국을 경험해 보겠나&#x27; 싶은 호기심도 생겼다.</p>
<p></p>
<p>그렇게 23살짜리 중국인 청년과 이틀 동안의 한국 여행이 시작되었다.</p>
<p></p>
<p>만남의 장소는 인천 서구의 한 사무실이었다. 본가 근처라 찾아가는 길은 익숙했다. 아침 일찍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하니 젊은 청년 하나와, 나이 든 중년의 남성 둘 이렇게 셋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장면이 눈에 보였다. 중년 남성 중 한 명은 우리를 이틀 동안 데리고 다닐 운전기사였고, 한 명은 이 일을 의뢰한 사장인 모양이었다. 그는 중국인 청년을 잘 부탁한다며 몇 가지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청년의 이름은 &#x27;팡 진하오(Fang Jinhao)&#x27;. 중국어 표기는 모르겠지만, 그게 그 청년의 이름이었다.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p>
<p></p>
<p>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첫날부터 오후엔 비 예보가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한국의 대학을 구경해보고 싶다는 청년의 요청에 따라 오전에 연세대학교를 구경한 뒤 여의도 더현대 서울로 향하는 일정을 짰다.</p>
<figure class="wp-block-image size-full"><img loading="lazy" style="max-width:100%;height:auto;display:block" src="https://blog.jw-yoon.com/media/posts/10/4c6e1284b568b9d50f123c59.webp" alt="전시 안내가 걸린 건물 입구와 도로 위의 자동차"></figure>
<p></p>
<p>차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가득했다. 그는 영어를 거의 못 했고, 나는 중국어를 전혀 몰랐다. 한국어 외에 유일하게 익숙한 제2외국어가 영어뿐인데, 앞날이 캄캄했다. 그때 번역기 앱이 떠올랐다. 나는 구글 번역기를 켜고 더듬더듬 대화를 시도했다.</p>
<p></p>
<p>&quot;한국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거 있었어?&quot;</p>
<p></p>
<p>그가 뭐라 뭐라 답했지만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 답답함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얼른 내가 번역기 어플에서 음성 모드를 켜, 그의 앞에 갖다 대며 손짓을 했다. 아, 역시 바디랭귀지란. 그가 거기에 대고 뭐라고 중국어로 말하자, 스마트폰 화면에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타났다.</p>
<p></p>
<p>[딱히 없었어서 뭐든 괜찮아]</p>
<p></p>
<p>번역하나 마나 별 도움이 안 되는 문장이었다. 막막해진 나는 다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어색함을 한 아름 안고 신촌에 도착했다. 익숙한 백양로 지하로 들어서서 기념품점부터 구경했다. 청년은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더니, 이름 모를 중국 쇼핑몰 앱을 켜서 가격을 비교하곤 &quot;비싸다&quot;를 연발했다. 기념품이란 원래 가성비로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번역하기 번거로워 관두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건 그의 특징이었다. 아주 철저하고 검소한 소비 성향.</p>
<p></p>
<p>기념품 점을 뒤로한 채, 지상으로 나와 학교를 천천히 소개했다. 중앙도서관과 대강당, 학관, 언더우드상과 본관을 지나 연희관과 대우관까지 둘러본 뒤 과학관 앞길을 지나 공학원으로 향하는 길까지.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친구에게 공학원까지 소개해준 뒤, 학관에서 식사를 했다. 추억의 &#x27;공학원 순두부&#x27;는 사라졌고, 학생회관도 1층 식당만 열려 있었다. 식당의 맛은 좋게 말하면 변함이 없었고, 나쁘게 말하면 여전히 매력이 없었다. 식사하며 감상을 물으니 뜻밖에 정성스러운 후기가 돌아왔다. &#x27;학생들이 모두 영리해 보이고, 학교가 잘 정돈되어 있으며 역사가 깊어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x27;라는 내용이 중국어로 길게 적혀 있었다. (학생들의 영리함이 어떻게 보였는지는 의문이지만) 꽤 만족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학교 투어를 마치고 스타벅스에서 기사님 커피까지 챙겨 여의도 더현대 서울로 향했다.</p>
<p></p>
<p>매장을 한 층씩 둘러보는데 그가 다시 번역기 화면을 내밀었다. &#x27;여긴 너무 비싸다, 고급 브랜드만 있다.&#x27;</p>
<p></p>
<p>&#x27;중국에서 부자라고 하지 않았나?&#x27;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기념품점에서의 모습이 떠올라 그냥 검소한 친구인가 보다 하고 지하 매장으로 내려갔다. 그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를 보고 싶어 했다. 아디다스에서 트랙탑을 한참 입어보는 그를 위해 점원에게 사이즈를 묻고, 얼룩을 체크해 교체를 요청하는 등 &#x27;퍼스널 쇼퍼&#x27; 노릇을 톡톡히 했다. 속으로는 &#x27;10만 원짜리 저지 하나 사는데 더럽게 까다롭네&#x27; 싶었지만, 문득 너무 쉽게 소비하는 내 태도를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p>
<p></p>
<p>이어 그가 처음으로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며 가보자고 한 곳은 MLB매장이었다. 매장 안은 이미 쇼핑 중인 중국인들로 가득했다. 그러고 보니 아디다스에서도 이 친구와 비슷한 옷을 입어보던 중국인들을 봤는데, 국가마다 유행하는 아이템이 확실히 다르다는 게 실감 났다. 들른 김에 MLB에서 초록색 모자를 집어 들고 계산을 마친 나와는 달리 그는 한참 비교해 보더니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중국보다 비싸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동 중에도 쉴 새 없이 쇼핑 앱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있었다.</p>
<p></p>
<p>그러던 중 갑자기 내 코트 가격을 묻더니, 어머니로부터 코트를 사 오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했다. 예산을 묻자 갑자기 &#x27;200만 원에서 300만 원대&#x27;라는 숫자가 튀어나왔다. 10만 원짜리 저지에는 엄격하던 기준이 갑자기 널뛰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어머니께서 &#x27;윤허&#x27;하신 아이템에는 상한선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타임(TIME)과 시스템(SYSTEM) 같은 브랜드를 둘러봤다. 그는 거울을 보며 사진을 찍어 어머니께 전송했다. 어머니의 최종 승인이 떨어져야 살 수 있는 모양이었다.</p>
<p></p>
<p>&quot;어머니가 평소 네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quot;</p>
<p>&quot;맞아.&quot;</p>
<p>&quot;어머니들은 보통 아들 옷 입는 게 맘에 안 드시는 법이지.&quot;</p>
<p></p>
<p>물론 나는 예외지만,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 뒤로도 더현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별 소득 없이 첫 번째 날을 마무리 지었다. 내일은 또 어떻게 시간을 때우나 막막하던 차에,  운전기사님께서 국중박 얘기를 꺼냈다. &#x27;아 거기가 있었지?&#x27;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직 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행히 그 친구도 아직 안 가본 곳이라기에 10시 약속을 잡고 그를 보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확인한 걸음 수는 14,000걸음이었다.</p>
<p></p>
<p>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박물관에 도착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 기사님께 연락이 왔다. 10시 정각에 도착한 그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 케이팝데몬헌터스를 위시한 K-컬처 열풍으로 관람객이 폭증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다행히 걱정한 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물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그의 옆에서, 오랜만에 나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봤다. 중간중간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라고 했지만, 막상 답변을 잘할 자신은 없었다.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뒤 함께 받은 투구가 기증된 전시관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그가 질문을 던졌다.</p>
<p></p>
<p>&quot;저 사람이 전두환 대통령이야?&quot; 손기정 선수 옆에 놓인 한 남성을 가리키며 한 질문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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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내가 잘못 봤나? 싶어 스마트폰 화면과 내 눈앞에 놓인 사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당연히 전두환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전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 &#x27;평산책방&#x27;을 가보고 싶었는데 멀어서 못 갔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나, 차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보니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숏츠(아마 중국은 유튜브가 안 되니 숏츠는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숏폼)를 보고 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도대체&#8230; 이 친구는 뭘까&#8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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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아무튼 국립중앙박물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x27;사유의 방&#x27;을 지나, 중국·일본관까지 훑어본 뒤 국중박을 나와 용산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박물관 관람 중 미리 예약해 둔 샤부샤부 식당이었다. &lt;흑백요리사&gt;에 출연한 셰프가 하는 식당이라는데, 한 컷도 나오진 않은 분인 것 같았다. 외국인 접대용으로는 제격이었다. 이번에도 그에게 중앙박물관 후기를 물어봤는데, 연세대 때처럼 꽤 정성스런 후기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 후기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남겨두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꽤 만족스럽게 관람한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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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배를 채운 뒤, 그는 여자 지인(본인 주장은 여사친)의 심부름을 위해 &#x27;팝마트&#x27;에 가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용산 아이파크몰에 매장이 있었다. 그는 영상통화로 지인에게 물건을 확인해 주더니, 이내 예의 그 중국 사이트를 확인하고는 다시 &quot;중국이 더 싸다&quot;며 빈손으로 돌아섰다. 응&#8230;그래, 너답다&#8230; 싶어 그냥 웃음이 났다.</p>
<p></p>
<p>마지막 행선지는 성수동이었다. 최근의 성수동이라고 하면 흔히 &#x27;연무장길&#x27;을 얘기하기 때문에, 그곳을 길게 쭉 둘러보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중간에 무신사 스토어를 데려가 쇼핑도 잠깐 했는데, 거기서도 몇 가지 입어보더니 또 &#x27;중국에서 똑같은 게 더 싸다&#x27;는 얘기를 했다. 이젠 나도 지쳐서 &quot;그래, 그렇겠지&quot;라며 해탈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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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아무튼 그렇게, 중국인과의 이틀을 마무리 짓고 약속된 돈을 받으며 기묘했던 아르바이트를 마무리 지었다.</p>
<p>&#x27;가깝고도 먼 나라&#x27;라는 클리셰를 빌리지 않더라도, 생김새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 속에 살고 있음을 절실히 느낀 시간이었다. 이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 친구가 소위 &#x27;소황제&#x27; 세대의 전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건 하나를 사도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고, 열흘간의 여행 동안 누군가가 없으면 혼자 이동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의존적인 20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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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성해나의 단편 소설 &lt;스무드&gt;를 떠올리고 갔으나, 끝에 남은 건 구글 번역기와 AI로 사진을 분석해 주던 중국 쇼핑몰 어플 등의 현대 테크놀로지 기술에 대한 무한한 감사들만 남은 경험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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